<제주의소리>동물은 고통 받고, 인간은 건강 잃고, 지구는 파괴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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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aveHorses 댓글 0건 조회 3,502회 작성일 21-11-22 09:32본문
[제주 경주마의 명암] ③ 퇴역 경주마에 ‘조선시대의 말 보호법’이 필요하다
2019년 초 퇴역 경주마의 도축 과정에서 잔인한 학대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축된 말들이 경주마였을 때에 금지된 약품이 주입된 사실이 밝혀지며 제주특별자치도는 ‘퇴역 경주마 말고기 시장 격리’를 정책목표로 ‘제주 말고기 판매 인증점’을 운영 중이고 또 향후 도축된 퇴역 경주마를 식용하는 대신 펫사료화 추진을 위한 펫사료 공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그 논란은 진행 중이며 이에 ‘말 산업 특구’인 제주도의 경주마의 현재와 내일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인간에 유해하면, 반려동물에도 해롭다
2. 해외의 퇴역 경주마와 제주의 퇴역 경주마
3. 퇴역 경주마에 ‘조선시대의 말 보호법’이 필요하다 (끝)
‘말 산업 특구’인 제주도는 제주도민 전체와 제주도의 환경을 위한 현명함과 신중함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퇴역 후 경주마의 말고기 이용과 현재 제주도가 추진하는 퇴역 경주마를 이용한 펫사료 공장 건립 등은 많은 면에서 과연 바람직한 선택일까?
지난 100년 동안 말, 경주마, 퇴역 경주마 등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먹고, 입고, 오락거리 등 다양한 용도로 무한정 사용하는 지금의 경제 시스템은 그들의 존재 가치만이 아닌 인간의 가치까지 모두 떨어뜨렸다.
누군가는 물을 수 있다. 제주도는 역사적으로 말고기를 먹었던 전통이 있었다고 말이다. 물론 말고기뿐만 아니라 동물을 식용했던 과거는 있었지만 이렇게 대단위적이며 광범위하게 집약적으로 식용을 위해 동물을 착취했던 과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특히 말고기는 조선시대에는 도축과 식용 자체를 법으로 엄격하게 다루었다. 세종7년(1425년) 금살도감이 설치되어 법으로 말고기 도축하고 먹은 사람을 처벌하였다. 그 후에도 말 도축과 먹는 것을 허용 하지 않았다. 세종 8년에는 우마를 도살한 목자의 경우 곤장 100대에 벌하고 몸은 수군에 충당하며 가산을 몰수했다. 세종 26년에는 범법자를 초범, 재범, 3범으로 나누어 3범은 사형에 처했다
또한 말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은 깨끗한 성품의 소유자로 인정받았다. 물론 당시는 국가적 차원에서 군마로서의 이용이 가장 중시되었던 시대이다. 그렇게 되면 그때와 지금은 말이 쓰임새가 다르지 않냐 할 수 있지만 인간의 유희와 오락으로 이용된 말과 퇴역 경주마는 쉽게 고기용, 반려동물의 사료용으로 쓰여도 된다는 말인가!
다양한 역사적 관점이 있겠지만, 조선시대의 ‘말 보호 정책’은 단순히 군마로서만 고려했던 것이 아니다. 동물 특히 말은 의리와 충성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그런 말과 교감했던 도의(道義)를 중시했던 조선시대의 사회 지도자들의 과감한 정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이유를 전국적으로 분포된 ‘말무덤 전설’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표인주 민속학자의 ‘남도민속문화론’의 설화를 소개한다.
“임진왜란 때 황대중은 별초장사로 여산전투에 참전하여 대첩의 공을 세웠고, 정유재란 때에 남원 전투에 참전하였지만 전사하고 말았다. 그에게는 가장 아끼는 애마 한 필이 있었는데, 이 말은 황장군에게 생명의 은인이요, 다시없는 충복이기도 했다. 장군이 남원 전투에서 전사하자 이 말은 장군 곁을 떠나지 않고 눈물을 흘리니, 김완 장군이 장군의 시체를 거두어 애마의 등에 태워 주었다. 이 말은 적의 눈을 피해 300리 길을 달려서 고향인 구능리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말은 마굿간에서 주인의 장례가 끝나는 날까지 먹는 것을 전폐하고 있다가 장례가 끝난 3일 후 죽었다. 그래서 장군의 가족들과 마을 원로들은 이 말의 충정을 가상히 여겨 장군의 묘소 근처이 묻어주었는데 이를 ‘말무덤’이라 부른다.”
- ‘남도민속문화론’ 가운데 일부.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 말은 인간의 생활 속에서 단순히 유형물의 교통수단에서 신과 영혼이라는 무형물의 교통수단으로 확대된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삶에 뛰어들어 많은 변화를 이끌어낸 말, 우리는 무슨 복으로 이 크고 수려하고 지혜로운 존재와 함께 살 수 있었을까? 사진 출처 : KBS 역사스페셜 영상 캡쳐
당시 말은 그들의 분신이자 일체화된 존재였다. 우리 시대의 반려동물 이상이라는 말이다. 말을 하나의 존재로서 인정하였고 이러한 부분이 정책과 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국가를 보호하고 사회적 안정에 헌신했던 말과 한 집안, 한 집단, 한 국가의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여 인간을 위해 아낌없이 일을 하는 말과 경주마는 어떻게 다를까. 그들에게 가해지는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상업적 착취는 지금도 다양한 산업으로 포장되어 진열장에 놓여지고 있다.
말, 경주마 그리고 동물을 이용한 산업이 누구에게 이로운지 묻고 싶다. 그들에게는 처절한 고통을 주며 인간은 당뇨, 암 등 건강을 잃고 지구 환경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파괴되어 인류 전체를 보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고 있지도 않다.
극소수의 이익을 위해 우린 모든 것을 잃고 있다. 동물을 이용한 막대한 상업적 이용은 이제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하여 인류는 사회적, 환경적으로 막다른 길에 다다랐음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어쩌면 동물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 이미 이러한 전환적 사고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광범위한 현재의 경제 시스템을 전환하려니 엄청난 경제적 재난이 초래될 것이라는 깊은 두려움이다.
미국의 노예제가 상업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폐지 당시 비슷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원칙을 확고히 하고 노예제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농업과 경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수단을 아낌없이 제공하였다. 결국 지역의 경제를 파산시키지도 않았고, 미국 연방은 더욱 굳건해졌다.
지난 과거에서 우리가 얻은 결론은 사회, 경제, 환경 등 모든 면에서 우리는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이 불가피하다. 인류가 처한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우리 자신과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걸어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예상되는 사회적 갈등을 회피하게 되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격이 아니라 우리는 모든 걸 잃은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 바로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위한 담대한 대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의 위대한 지도자 에이브러햄 링컨 대퉁령의 1862년 12월 1일, 노예제 문제에 관한 대의회 교서의 내용으로 마무리 한다.
“그동안 쌓였던 어려움이 드러나는 지금, 잘 대처해야 합니다. 우리의 입장이 새로운 것처럼 생각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는 역사를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따라야 할 길은 분명하고 평화로우며 관대하고 정당합니다.” (끝)
출처 : 제주의소리(http://www.jejuso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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