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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소리>사라진 말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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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aveHorses 댓글 0건 조회 3,496회 작성일 21-11-2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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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어멍 동물愛談] (42) 퇴역 경주마를 위한 대한민국 행동, ‘도축장 가는 길’ 첫 번째 행진


우리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승자예찬, 로얄 리버, 케이프 매직, 슈퍼엔젤, 번개장군, 프라이빗 보우 등 퇴역 경주마들은 경마장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이 아닌 내리막길인 도축장으로 향했다. 경마가 끝난 지 72시간도 안 되어 도축되었고 말고기 시장에서 450g당 2만 원에 팔렸다. 


2014∼2018년, 5년간 한 해 퇴역한 1,500필의 더러브렛 중 약 600필의 말이 승마용으로 신청했다. 그들 중 실제 승마용으로 이용하는 퇴역 경주마는 몇십 마리, 나머지는 어디로 갔는지 추적이 불가능하다. 사라진 건 그들만이 아니다. 지난해 퇴역한 경주마 중 더러브렛 308필이 사라졌다. 아무도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2019년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경주마 학대 사건 이후로 마사회는 같은 해 12월에 ‘한국마사회 말 복지 가이드라인’ 등을 개정하며 심기일전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경주마 퇴사 시 신고 기준 정확성은 낮아지고 있고 이후 용도 변경 추적 관리가 한계에 부닥치는 모양새다. 


더욱이 마사회에서 매년 분기별로 공개했던 도축 경주마에 대한 정보도 지난해 말부터 도축 기록을 은폐하고 있다. ‘왜 갑자기 정보를 공개하지 않느냐‘ 물으면 마사회는 퇴역 경주마 관리에 법적인 책임이 없다며 발을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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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장 가는 길‘ 행진 전날 만난 무지개. 사진=김란영. ⓒ제주의소리



당신이 먹고 있는 말고기 대부분은 경주마와 연관이 있다. 


전국적으로 2010년대 초 800필 정도의 말이 도축되었고 해가 갈수록 그 수는 점점 늘어나 올해는 2299필의 말이 도축되었다. 이 중 80% 이상은 제주도에서 소비된다. 도축되는 말 대부분은 경주마와 연관이 있다. 비육마 전용으로 번식되어 생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경주마로 생산하였으나 활용되지 못 하는 말이거나 경주마에서 퇴역한 말이 전문 비육 농장으로 유입되어 일정 정도의 비육 과정을 거치게 된다. 경주마 중 제주마와 한라마(제주산마)의 경우 비육 과정을 거치고 있고 더러브렛은 비육 효율이 낮아 대부분 비육 과정을 거치치 않고 바로 말고기로 유통된다. 더러브렛은 전체 말고기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제2차 제주 말산업 육성 5개 년 종합계획’의 대규모 반려동물 사료공장 계획

지난 10월 2일에 경주 퇴역마를 활용한 펫사료의 사업 타당성 조사를 위한 ‘경주 퇴역마 펫사료 제품개발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보고서에는 경주마는 현역으로 활동 당시 항생제 처치도 빈번히 이루어지고 호르몬 투여가 되고 있어 식품용 마육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금지약물 투여 말이 전체 2299마리 중 42%인 962마리에 달한다. 투여되는 약물 중 경주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페닐부타존 등은 사람에게는 백혈구 생성 억제 및 재생불량성 빈혈, 반려동물에게는 신장, 간, 위장 장애를 일으킨다. 이 약물이 투약된 경주마는 영구 식용 금지마로 분류된다. 


2018년∼2020년, 지난 3년간 약 86마리의 퇴역 경주마 더러브렛은 20만 원 정도에 팔려 도축되어 고온멸균 처리 후 기름 성분을 짜내 재활용하고 잔존물은 반려동물의 사료로 만들어 유통했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15마리가 도축되어 사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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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경마장 앞에서 참가자들이 동물자유선언을 읽고 있다. 사진=(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제주동물권연구소. ⓒ제주의소리


퇴역 경주마,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퇴역한 경주마가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순치 비용이 발생하니 도축해서 사람이 먹든 아니면 반려동물을 먹이자는 것이다. 퇴역 경주마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물론이고 전 국민의 건강권 나아가 반려동물의 건강권은 아랑곳하고 있지 않다.


한국마사회의 ‘2019년 말산업 연구 심포지엄’에서 ‘도축장에서 발생한 학대 행위가 문제인가?’ 아니면 ‘퇴역 경주마의 도축 자체가 문제인가?’ 당시 경주마 학대 문제의 본질을 다루었다. 본질은 학대 행위 자체라고 주장하였다. 


문제의 본질은 경주마가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현실이다. 경주마에 대한 누구보다 깊은 신뢰와 애정을 가져야 할 말산업, 경마산업 관계자들이 그들을 위해 열심히 질주했던 경주마가 퇴역 후 72시간도 안 되어 도축되는 상황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 학대 사건을 외면하는 현실을 대중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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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큰 말 도축장을 가지고 있는 ‘말의 고장’ 제주도. 제주축협축산물공판장 앞에서 참가자들이 무참히 희생된 동물을 위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제주동물권연구소. ⓒ제주의소리


‘도축장 가는 길’, 우리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제주경마장에서 도축장까지 길은 역설적이게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10대에서 50대까지 소수의 참가 신청을 받아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은 경주마가 평균 4살에 도축된다는 사실에 적잖게 놀란 눈치였다. 


어느 참가자는 질주를 위한 고된 훈련, 경주 그리고 도축으로 이어지는 경마산업은 스포츠가 아니라 또 다른 축산업에 불과하다고 성토한다.


우리는 말의 신체 구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말이 인류와 지구를 얼마나 아름답고 빛나게 하는 존재인지는 알고 있다. ‘걸리버 여행기의 말의 나라’에서 걸리버가 그 나라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 


걸리버는 끝내 인간을 닮은 야후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고, 오만 허영 가식 등 부정적인 단어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말의 나라의 ‘자연의 완성’이라는 뜻을 가진 휘늠인 ‘말’을 찬양한다. 16년 7개월에 걸친 네 차례 항해의 여행기는 걸리버가 휘늠을 회상하면서 마무리한다.


‘도축장 가는 길’, 그 순간만큼은 우리는 걸리버처럼 야후를 거부하고 휘늠을 닮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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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해 질주했던 ‘퇴역 경주마의 삶을 보장하라!’ 도축장 가는 길 위 참가자들. 사진=(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제주동물권연구소. ⓒ제주의소리


출처 : 제주의소리(http://www.jejuso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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